2013. 9. 5.

어쩌면 프로보다 낫다? 추천 아마추어 웹툰 3선

어쩌면 프로보다 낫다? 추천 아마추어 웹툰 3선


웹툰 좋아하시나요?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간편하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웹툰, 어느새 일상생활 깊숙하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출판물로도 접할 수 있고, 인기를 끄는 작품 중에서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웹툰 원작으로 제작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이렇게 웹툰이 인기를 끌다 보니, 수많은 만화가 지망생들이 자기 나름의 웹툰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네이버 베스트 도전 만화, 다음 웹툰 리그, 루리웹 만지소(만화가 지망생 소모임) 게시판 등을 통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게시판을 통해 데뷔한 작가들이 현 프로 웹툰 작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웹툰의 세계에는 워낙에 실력자가 많아 아마추어 작가 중에서도 프로 작가만큼의 퀄리티와 재미를 보장하는 이들이 있답니다! 오늘은 이런 아마추어 작품 중에서 제가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는 작품 세 가지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아마추어 웹툰 세 작품을 만나보세요!


1. 홍차… 좋아하세요? <봉봉미엘 홍차클럽>


봉봉미엘 홍차클럽의 등장인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봉구, 미엘, 셰리, 마론


주인공 봉구는 할머니가 물려준 집에 사는 독신남. 어느 날 집 앞에 쓰러진 여자를 구해줬더니 홍차를 가르쳐 주겠다며 찾아온다. 흔남, 흔녀, 고딩, 미녀가 함께하는 본격 홍차 만화.


<봉봉미엘 홍차클럽>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홍차 만화입니다. 주인공 봉구에게 홍차의 요정인 미엘이 홍차에 관해 가르쳐 주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흔한 교육(?) 만화와는 다르게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구조가 감초처럼 곁들여지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죠.


물론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봉봉미엘 홍차클럽 24화 中)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 매력이 있습니다. 하나는 홍차에 대해 소박한 동경을 갖게 하는 연출이에요. 서양의 '티 타임' 문화에 대한 동경과도 비슷하다고 할까요? 주전자에 차를 끓여 놓고 가까운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친밀하고도 여유로운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장면 중간중간에 녹여 있기 때문에 조금씩 조금씩 '홍차'라는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이죠.


마지막 하나는 바로 주인공 '봉구'입니다.

봉구는 여느 만화의 주인공처럼 잘생기거나 특별한 개성이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정이 가는 단순한 외모를 지녔죠. 게다가 이런저런 비밀을 지닌 홍차 요정들에게 이것저것 캐묻지 않는 무던함과 착한 성격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표현됩니다. 물론 아무리 봐도 잘생겨 보이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빠져드는 것이죠. 이 만화가 조금 더 인기를 끌게 되면 캐릭터 산업 쪽으로 빠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다양한 모습의 봉구와 그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독자들


어때요? 매력적인 캐릭터와 '홍차'라는 아직은 낯선 독특한 문화. 그 두 가지가 어우러져 생겨난 재미있는 만화 <봉봉미엘 홍차클럽>. 궁금해지지 않나요?


▶ <봉봉미엘 홍차클럽> 보러 가기


  슬슬 커피가 지겨워지고 있는 사람,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을 원하는 사람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사람, 커피나 차를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관심이 없는 사람은 괜찮아요!)



2. 힐링 & 성장 드라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입사 3년 만에 무기력증으로 무단결근을 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1화


샌프란시스코의 게임회사에 재직 중인 한국인 가야. 향수병이 도져 무단결근 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태권도장 '화랑관'에 등록하게 되는데…. 회사와 화랑관에서의 가야,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나름(?) 성장 드라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작가가 자신의 주변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그리고 있는 만화입니다. 주인공인 가야를 중심으로 가야가 일하는 회사, 그리고 가야가 태권도를 배우는 화랑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에요.


가야(가운데)와 그 주변 사람들. 사람이 아닌 것이 보인다고요? 무시하세요.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바로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부담 없이 그려낸다는 것에 있습니다. 가야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가야와 그 주변 사람들이 작은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과정을 담담하고 소소하게 그려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실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무엇보다도 각각 사람들에 대해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몇몇 이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법한 이야기도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물론 이런 유의 일상 만화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전개로 식상해지기 쉽거든요. 하지만 당분간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이 그런 문제를 겪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매 에피소드마다 새롭게 조명되는 인물들이 모두 현실적이면서도 제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습니다.


화랑관의 모습(샌프란시스코 화랑관 1화 中)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비록 샌프란시스코라는 멀리 떨어진 곳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아마도 어느 정도 현실을 기초로 한 상태에서 그리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가야와 그 주변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만나보세요!


▶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보러 가기


일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유학생 및 해외생활 중인 한국인, 그냥 힐링이 필요한 사람


액션이 없는 것은 영화도 만화도 싫은 사람, 밋밋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 만화로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



3. 판타지의 탈을 쓴 추리 드라마, <신영웅전기>


납치된 어스(가운데)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선 제뉴아(오른쪽), 그리고 그녀와 함께하는 비사이(왼쪽)


극지방 캄누스의 소년 '어스'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뽑혔다며 납치되고, 제뉴아는 어스를 되찾기 위해 단서를 찾아, 그리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갈레타의 비사이에게 간다. 판타지 세계의 탈을 쓴 추리 드라마


<신영웅전기>는 앞서 소개해드린 두 만화와는 조금 다른 만화입니다. 일단 세계 자체가 다르죠. 검과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니까요. 물론 판타지 만화라고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것은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이 일종의 끝판왕 같은 존재와 싸워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자면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있겠죠. 하지만 이 만화의 주인공격인 '제뉴아 미하엘라이'는 뛰어난 학자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불안정한 멘탈(?)을 지닌 인물입니다. 오죽하면 그야말로 ‘멘붕’인 표정이 2~3화에 한 번씩 나올까요.


제뉴아 멘붕 모음. 박력이 넘치지 않나요….


그에 반해 제뉴아의 조력자 겸 같은 주인공격인 '비와이 기사킨'은 야무진 성격과 함께 일련의 경험(에피소드 1 '입문' 참고)으로 인해 제뉴아에 비해 냉정하면서도 치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비사이에게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뉴아가 뭔가 놓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 잡아주고 지적해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둘의 구도를 보다 보면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BBC의 추리 드라마 <셜록>의 '셜록'과 '왓슨'입니다.


뛰어난 두뇌와 사람을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셜록과 제뉴아, 야무진 성격으로 상대방의 중심을 잡아주는 왓슨과 비사이. 물론 세세한 부분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차이점도 매우 많습니다만, '어딘가 불안정한 탐정 역할'과 '충실한 조력자'라는 구도에는 딱 맞아 들어가지 않나요?


신영웅전기의 세계지도


매력적인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신영웅전기>의 이야기가 일어나는 세계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 역시 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주요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칫 현실적이기 어려운 판타지 세계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세세한 부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사실 이런 것이 <신영웅전기>가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뚜렷한 캐릭터와 캐릭터가 단단히 발을 디디고 설 수 있는 디테일한 세계관. 그리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추리 드라마. 매력적이지 않은가요?


▶ <신영웅전기> 보러 가기


장대한 대서사시를 좋아하는 사람,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를 좋아하는 사람, 판타지 좋아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이야기가 복잡하면 보기 싫어지는 사람, 판타지라면 질색하는 사람, 성별 헷갈리는 만화 싫어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