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8.

윤뚱인 Y씨가 추천하는 여름 당일치기 여행, 바다가 육지가 되는 선재도

 

윤뚱인 Y씨(남/34세)는 오늘도 사무실에 멀뚱히 앉아 모니터 속 배경화면에 깔아둔 바다를 봅니다.

 

‘아.. 떠나고 싶다. 바다가 보고 싶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 아닐까요? 특히 업무에 치여 멘탈붕괴 현상이 지속될 때는 더더욱! 우리의 Y씨 또한 보통의 직장인과 같이 떠나고 싶어합니다. 바다로, 절실히!

 

“Y씨, 아침부터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요? 가자, 커피라도 사줄게요~” 

직장동료 K씨(여/28세)가 커피 한 잔을 사주며 이번 주말에 떠날 여행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 친구들이랑 가평으로 놀러 갈 건데요. 완전 기대 중이에요. 가자마자 수상레져 그거 알죠? 바나나보트 타고~ 플라잉피쉬 타고~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파티! 캬, 생각만해도 이번 주말 완전 기대된다니까~ 참 Y씨는 어디 안가요?”

Y씨는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십니다. 참 쓰네요. 오늘따라 더, 더, 더!!!!

  

 
 

자리에 돌아온 Y씨는 사돈이 땅을 산 것도 아니고, 단지 동료가 주말에 놀러 간다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쓰린 배를 부여잡고 그냥 모자란 잠이나 자려고 했던 주말이라는 놈을 불태울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10분간 폭풍 검색(집중력 부족으로 모든 검색 시 10분을 넘기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한 후,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며 프린트 버튼을 클릭! 위잉~ 지잉~ 하고 나오는 A4용지를 낚아챕니다.

 

‘바닷길이 열리는 선재도! 다음주에는 K씨 너의 배를 쓰라리게 해주마! 커밍 쑨!’
 

 

발걸음도 가볍게, 머리 속은 더욱 가볍게! 선재도로 출발!

 


 

큰 마음 먹고 3년 할부로 산 H사의 A모델 자동차. 35개월 할부가 남은 새 차 운전석에서 들썩이는 Y씨.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여자친구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 오늘만은 세상을 모두 얻은 것 같습니다. (야호!) 출발한지 한 시간 반, 선재대교를 지나자마자 바로 보이는 공터에 차를 세운 후, 슬리퍼를 끌고 길 건너편 바다로 향합니다.

 

‘고작 인천에 왔을 뿐인데,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니!’ 멀리 보이는 목도와 선재도 사이에 바닷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지도 상에 지명이 나오지는 않지만, 바닷길이 표시되어있는 목도! / 출처 :구글어스>

  

성경책에서만 보아오던 그 모세의 기적! 그 기적이 Y씨의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어요. 저 앞에 보이는 섬은 지도 상에도 나오지 않는 ‘목도’입니다. 여자친구에게 힘껏 아는 척 하는 Y씨.
 

“저기 보이는 섬 말이야, 기암괴석이랑 소나무로만 이루어진 바위섬이야!”

아는 척을 하고 나니, 마음은 더욱 들뜨고~ 얼른 내려가서 물이 모두 빠지기 전에 발이라도 첨벙첨벙 하고 싶어집니다. 

  

 

바닷길은 삽시간에 더욱 넓어졌고, 그만큼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중간 정도 갔을까. 바닷물에 발도 담가본 Y씨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바닷길에서 빠져 나옵니다. (Y씨의 집중력은 10분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선재도 물때 시간 확인 및 문의
위치 :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108-50
예약 및 문의 : 032-887-3110(선재 어촌계)
참고 : 선재어촌 체험 마을 (바로 가기)

    

   

 

배고픔을 달래주는 바다향기  

  

     

평소 사진 찍기가 취미인 Y씨의 취향에 딱 맞는 ‘바다향기’ 라는 곳에서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곳은 포토그래퍼 김연용님이 운영하는 펜션이자, 카페이고, 식당이면서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이랍니다.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본 Y씨는 해산물 바비큐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음식 맛이란 밥상이 놓여있는 장소와 분위기가 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느끼며, 얼굴에 미소를 띄운 채 맛있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바다에 ‘가고 싶다’가 아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 한 구석에 뿌리내리려던 순간! 주말 여행에 들떠 Y씨에게 자랑을 한참이나 늘어놓던 직장동료 K씨가 생각났습니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기다려라. 이틀 뒤 월요일을! 내 오늘의 경험을 신랄하게 까발려주리! 너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리!’ 

이렇게 복수혈전을 방불케 하던 Y씨의 당일치기 주말 여행은 다음주 월요일을 향해 달려갑니다.

  

바다향기
위치 :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148-2
예약 및 문의 : 032-889-8300 / 010-8703-8300
영업시간 :오전 10시 ~ 밤 10시
바다향기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 가기)

   

 

“에에? Y씨 뭐해요? 또 졸고 있네! 커피도 사드렸는데 졸면 어떡해요~ 일어나요!”

주먹을 불끈 쥔 채 자고 있던 Y씨는 주먹을 서서히 펴며 실눈을 떴고, 곧 이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10분 동안의 달콤한 꿈은 기분 나쁘게도 아주 생생해 그의 하루를 내내 농락했습니다. 

 

34세 남자 사람 직장인 Y씨는 오늘도 바다가 그립습니다. 이 사람 좀 데리고 바다에 갈 사람 누구 없나요? ^^